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날들이었어요.
무언가 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그래도 속은 텅 비어가는 느낌.
그런 날,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전남 구례의 깊은 산자락, 화엄사 템플스테이를 찾아갔어요.
이건 단순한 사찰 체험 여행이 아니라, 나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었어요.
화엄사는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산길을 따라 들어서면, 먼저 바람 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인사를 건네요.
국보 제67호 각황전을 비롯해 다수의 보물과 문화재가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유적지이자 힐링 공간에 함께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찰 자체가 명승지로 지정될 만큼 주변 자연 풍광이 압도적이에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색감, 천천히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지리산 숲길,
그리고 새벽 예불 시간에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는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줍니다.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어요.
저는 ‘휴식형’을 선택했지만, 명상이나 스님과의 차담 등을 포함한 체험형도 매력적이에요.
- 구분 / 주요 / 내용
휴식형 | 자유 일정, 자율 명상, 사찰 내 산책, 조용한 숙박 중심 |
체험형 | 예불 참여, 108배, 차담, 걷기 명상, 참선 등 프로그램 포함 |
공통 제공 | 사찰식 식사(3식), 한옥 숙소, 숲길 산책 가능 |
숙소는 전통 한옥 구조의 템플룸이며, 공동욕실이지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혼자 가도 부담 없는 분위기이고, 외국인 참가자들도 꽤 있어 글로벌한 느낌도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님과의 차담 시간, 눈을 마주치고 나누는 짧은 말에도 위로가 있었어요.
참가비는 1인 기준 약 6만 원부터 시작하며, 프로그램 구성이나 인원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가성비를 따진다면, 이 정도의 조용한 1박 2일 휴식은 정말 찾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주말은 굉장히 빨리 마감되기 때문에 최소 2주 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성수기(가을 단풍, 봄 꽃시즌)엔 한 달 전에도 자리가 없을 수 있어요.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그냥 ‘사찰에 머물렀다’는 수준이 아니에요.
몸과 마음을 비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만큼 적합한 공간이 없었어요.
저처럼 한 번쯤 “그냥 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했던 분이라면,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나오니 숲길에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느꼈어요.
“핸드폰은 꺼두고, 나를 켜는 시간.
스마트폰 대신 나의 숨소리를 듣는 법을 배운 여정이었습니다.”
han ka ram(moirair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