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듯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죠.
무언가를 애써 이뤄내고 싶진 않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불안한 날.
그럴 땐 도시에서 가까우면서도, 모든 것에서 떨어진 곳으로 향해보세요.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템플스테이’,
이곳에서 저는 핸드폰을 꺼두고 마음을 켜는 법을 배웠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용문사’는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천년 은행나무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그 나무 아래서 몇 세기를 살아낸 듯한 고요한 분위기 속에 들어서면,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속도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돼요.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 덕분에, 주말이면 혼자 혹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하지만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면 일반 참배객들과는 분리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사찰 특유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 숙소는 전통 한옥형 템플룸이고,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난방이 잘 되어 있어요.
다소 소박하지만, 오히려 그런 불편함조차 마음을 단순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용문사 템플스테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휴식형’과 다양한 체험을 포함한 ‘체험형’으로 나뉘어요.
저는 이번에 휴식형을 선택했지만, 같은 일정에 체험형 참가자들도 함께 숙박하더라고요.
자율 명상, 독서, 산책처럼 조용한 시간 중심이었고,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 구분 주요 내용
| 휴식형 | 자율 산책, 조용한 명상, 독서, 숙소 내 자유 일정 |
| 체험형 | 예불 참여, 108배, 걷기 명상, 다도, 스님과의 차담 포함 |
| 식사 | 아침/점심/저녁, 사찰식 채식 식단 3식 제공 |
| 숙박 | 한옥형 템플룸 / 공동 욕실 및 세면장 / 정갈한 침구 제공 |
전체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초보자에게 매우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어,
템플스테이 처음인 분들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어요.
또한 외국인 참가자도 가능해서 영어 안내도 일부 제공되고 있었어요.
용문사 템플스테이의 참가비는 1박 기준 1인당 약 6~7만 원입니다.
비용에는 숙박, 사찰식 식사 3끼, 프로그램 전체가 포함되어 있어
서울 근교에서 이 정도 힐링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꽤 가성비가 높은 편이에요.
주말 예약은 빠르게 마감되므로 최소 2주 전 사전 신청을 권장합니다.
명절 전후, 방학 기간은 특히 경쟁률이 높아요. 당일 취소 시 일부 환불 불가이므로 유의해 주세요.
이곳은 자연과 마주 앉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요.
특히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멈추고 싶은 분들,
가족과의 조용한 하루, 혼자만의 재정비 시간이 필요한 분께
서울 근교 템플스테이 중 가장 접근성 좋고, 치유감 높은 공간으로 추천드릴 수 있어요.
한마디로, ‘쉼표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여행지예요.
“예불 참석은 선택 사항입니다.”라는 말에 망설이다
새벽 5시에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나가봤어요.
공양간에서 따뜻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걷는 숲길,
햇살 사이로 천년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낼 때,
“내가 잠시 멈춘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여기 와서 알았어요.
조용한 사찰 한 채, 고요한 마음 하나가 나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han ka ram(moirairu@naver.com)